클럽 인디고..

2009. 4. 8. 21:32 from Book


호스트클럽과 추리소설이라는 소개문구에 넘어가 관심을 가졌던 책입니다. 책을 읽은 후 작가 소개를 다시 보니 추리상은 추리상인데 단편상을 받았더라구요. 처음 책 소개를 봤을땐 호스트클럽을 바탕으로 한 어떤 끈적한 욕망과 피비린내나는, 혹은 서로 물고 물어뜯는 그런 뒷세계의 치열함 뭐 그런걸 생각했었거든요. 편견일진 모르지만 일단 호스트클럽에 얽힌, 추리물로 갈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하면 왠지 저런게 떠오르잖아요. 나만 그런건가; 어쨌든 저렇게 깊고 질척한, 혹은 성공을 향한 욕망과 호스트를 사랑해버린 호스티스 여인의 원망이 얽힌 흔히 말하는 추리물 - 그러니까 하나의 커다란 사건을 바탕으로 진행해나가는 정통파 -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음.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었을때 추리하며 읽는 사람과 동화책 읽듯 읽는 사람으로 나누게 되잖아요? 전 후자에 속하는데 저 같은 사람에겐 굉장히 좋은 책이구요, 추리소설에서 복잡한 트릭을 스스로 풀어내는 스릴을 즐기는 분들에겐 얄팍한 책이예요; 등장인물 중 한사람인 형사가 종종 여사장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30대 노처녀 대필작가, 잔소리가 심하고 술을 좋아함)에게 종종 윽박지르곤 하는게 "탐정놀이는 그만둬!!!!"라는 거거든요. 말 그대로 책 전체가 탐정놀이와 비슷합니다.

클럽 인디고는 흔히 우리가 아는 정통파 호스트 클럽이 아니라 사도, (정통파는 왕도라고 한다는군요) 그러니까 틈새시장을 공략한 새로운 한 줄기인데. 프리터나 OL, 대학생을 상대로 비보이와 길거리 헌팅계의 신화, DJ, 프리터, 운동선수들을 호스트로 둔 클럽이예요. 다양한 일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각각의 사건에 키워드와 근접한 호스트들이 튀어나와 하나의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해결하지요. 다재다능한 호스트들과 베일에 쌓인 유능한 매니져, 그리고 잡지사에서 일하는 두 사장, 그리고 왕도파의 1인자인 호스트의 제왕 구야, 전직 운동선수인 마담언니(......)까지.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자극적인 인물이 톡톡 튀어나옵니다. 기분 전환이나 머리를 식힐때 읽기엔 좋은 책이지만 추리소설로서의 깊이는 떨어져서 오히려 탐정소설이나 일반 소설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사실 1권이 나온지 얼마 안됐었기 때문에 리뷰어신청을 할 때만해도 제가 신청한게 1권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그런데 발표가 나고 가만히 렛츠리뷰를 살펴보는데 제가 메모해둔 거랑 제목이 다르더라구요; 찾아보니 '제1회 호스트선수권대회'는 2권이였고 제가 봤던 '밤을 달리는 자들'은 1권으로 이미 그 전 렛츠리뷰 목록에 올라있었던거라 리뷰책을 받은 후 1권을 다시 주문했습니다. 1권이랑 같이 봐야할 것 같아서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 어떻게 클럽 인디고가 만들어졌는지와 주요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가 나와있으니 도움이 되는 면도 있긴합니다만 전 2권부터 읽고 1권을 뒤에 읽었는데 흐름을 파악하고 주요스토리를 이해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처음에 1권을 옆에 두고 2권을 잡으면서 배경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한거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다 읽고나니까 필요한 설명은 친절하게 해주고 있고 원래부터 중심이 되는 호스트가 아니면 제대로 설명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혹시 저처럼 순서에 신경쓰이는 분이 계시다면 안심하셔도 될 것 같네요:D

클럽 인디고 2편에 해당되는 제 1회 호스트 선수권대회는 복수자 / 마이너리티 코드 / 초콜릿 비스트 / 제1회 호스트선수권대회 네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에 비해 가벼운 사건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복수자에 나온 이쓰키군이 마음에 들어서요, 있는지 없는지 아직 알 수 없는 3권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그가 마지막에 했던 말 처럼 정말 '클럽 인디고'에 취직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날 위해 나와다오 이쓰키!!!!!!!!!!!!!!!!!!!!!!!!!!!!!!!!!!!!!!!!!!!!!!!!!!!!!!!!!!


+ 왜 이걸 안올렸었지..?

Posted by 젤리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