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받아들고 생각했던 것은 '문학의 숲을 거닐다'였습니다. 제목이 비슷한데다 다루고 있는 주제도 비슷해보여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책 표지에 쓰인 글귀도 인상적이라 마음에 들었거든요. "인간사의 모든 문제들에 대한 원칙과 지침을 제시해주는 고전의 세계" 그리고 그 밑에 보면 다섯개의 글귀가 나와있는데 가슴을 찌르는 구절이 있었어요. 좌전左傳에 있는 글이라고 하는데 나라가 망하려면 규제가 많아진다. 확 와닿지 않습니까! 한창 시위이야기가 나오던 때라 제겐 와닿더라구요.

그렇게 기대치가 높아진 후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건 허탈함이였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짜증났었어요. 공짜니까 이걸 읽고있지 돈주고 샀으면 홧병나서 쓰러졌을지도 몰라. 게다가 이때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와 비슷한 시기에 온 책이기때문에 더 화가 났었어요. 나중에 리뷰를 쓰게될지 안쓰고 넘어갈지 모르겠는데 잠깐 마음도시에 대한 감상을 말하자면 이 책과 똑같습니다. 내용이 없어요. 그냥 수박에 겉만 핥고 넘어가면서 카테고리만 빵빵하게 채워둔 소개서에 가깝습니다. 칼럼에 쓰였던걸까요. 신문보면 한문이나 명시 칼럼같은거 있잖아요. 좋은 글귀를 골라 그에 얽힌 일화와 함께 소개해주는 칼럼이요. 공짜로 읽어놓고 이런 평하는건 안좋은거지만요 그거랑 비슷할 정도로 내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책이기때문에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신문의 칼럼은 잠깐 읽으면서 하루의 여유를 번다라는 느낌인데 반해 이건...이럴바에얀 그냥 명언집으로 부르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6개의 파트에 99개의 글이 소개되어있습니다. 여기에 머리말과 고전의 개요 (이건 좀 좋았어요. 제가 고전을 잘 모르기때문에 아, 이런 책도 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역자의 글이 들어가있지요. 많은 양을 넣어야하기때문인지 하나의 명언을 소개하는 페이지는 길어봤자 3페이지. 2페이지와 3페이지로 끝나거든요. 물론 좋은 글도 있었지만 아쉽단 생각이 더 크더라구요. 가끔씩 나오던 좋은 글들때문에 더 아쉬웠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좀 더 깊이있는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냥 아, 너무 많이 말했나, 자 다음. 하고 넘어가는 기분이 들었달까.

글자도 큼직하고 편집도 예쁩니다. 멋진 구절도 많고 한문도 하나하나 주석이 달려있기때문에 공부를 하거나 관련된 설명을 찾아보기도 편해보였어요. 어르신들에게 선물하거나 단기간에 많은 분야의 조언을 듣고싶어하는 사람에겐 추천할만한 책일지도 모르겠네요.


덧) 고민이 있을때 아무데나 펼쳐서 그 페이지에 있는 문구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1일 1메세지. 뭐 이런거. 책은 활용하기 나름이로군요.

또 덧) 리뷰를 올리러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평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호곡;;;

Posted by 젤리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