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예감한다는 것-

2006. 12. 18. 00:00 from Book

 
 
 
  어느 겨울 오후에, 아까 그 카레집에 있었어요. 혼자서 차이를 먹고 있었죠. 유선 방송에서 레게 음악을 틀어줘서,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레게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어요. 그런데 그 중의 어떤 곡이, 내 머리에 선명하게, 번개처럼 파고 들었어요. 여름방학에 대해서 남녀가 노래하는 곡이었어요. 그거랑은 별 상관도 없고, 시덥지 않은 노래였는데, 내 머릿속으로 직접 울려퍼지는 거예요. 겨울이였는데도, 나의 머리는 한 여름의 햇살로 가득해졌어요. 그리고, 알게되었죠. 나는 여름날 오후에 죽으리라는 것을, 확신했어요. 정말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 요시모토 바나나, 하드보일드 하드 럭 中>
 
 
 
 
 
추석에 음식장만을 하다가 동생이 문득 말했다.

"엄마, 아빠는 무덤에 들어갈 생각이던데 엄마는 어때?
난 요즘 땅이 부족하니까 가족납골당을 만드는게 좋을 것 같아. 다 같이 들어가는거야."라고. 엄마는 그것도 괜찮겠네,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난 역시 수목장이 좋을 것 같아서 "그럼 난 우리가족 납골당 옆에 내 나무 심을래. 난 거기에 뿌려줘."라고 이야기했더니 동생이 멈칫하면서 "누나, 그런건 누나 자식에게 이야기해야하지 않을까?"라며 뻘뻘. 그치만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니까 확실히 이야기해둬야겠다, 싶어서 동생에게 막 우겼다. "난 나무에 뿌려줘!!!!"하고..엄마가 "어떤 나무였으면 좋겠는데?"라고 물어와서 곰곰히 생각했었는데 역시 꽃나무가 좋을 것 같다.

사실 과일나무는 좀 그렇잖아?
"자, 네 할머니나무에서 열린 과일이야..이 나무엔 네 할머니가 잠들어있단다."
.......싫어orz 그런건 싫다고 ㅠㅠ;;; 호러잖아!!!!!

동생에게 매화나무에 뿌려달랬더니 "좀 더 오래사는 나무가 좋지않을까?"래서...아직도 고민중..
오래살고 예쁜 나무엔 어떤게 있을까요...
 

+ 덧붙이자면 전 제 장례식장에선 흰국화를 보고싶지 않습니다.
기왕 흰꽃을 가져온다면 백합이나 장미가 좋아요. 장미도 사실 좋아하진 않는데 흰꽃이 생각이 안나서;; 어째서 장례식장은 흰국화만 있어야할까. 빨간꽃같은건 안되는건가요? 흰 국화 가져오는 사람 있기만해봐. 자자손손 저주를 퍼부어버릴테니. 국화를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전 흰국화가 정말로 싫습니다.
 
 
아니, 그냥 그렇다구요. 저랑 제 동생은 저런 이야기 자주 하거든요..
당장 죽을 생각도, 곱게 죽어줄 생각도 없으니까 엄한 걱정은 안하셔도 되어요(..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