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2006. 12. 21. 00:00 from Book

 
여기 이슬라 네그라는 바다, 온통 바다라네.
순간순간 넘실거리며
예,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지.
예라고 말하며 푸르게, 물거품으로, 말밥굽을 울리고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네.
잠잠히 있을 수는 없네.
나는 바다고
계속 바위섬을 두드리네.
바위섬을 설득하지 못할지라도.
푸른 표범 일곱 마리
푸른 개 일곱 마리
푸른 바다 일곱 개가
일곱 개 혀로
바위섬을 훑고
입 맞추고, 적시고
가슴을 두드리며
바다라는 이름을 되풀이하네.
 
 
네루다는 만족하여 시를 멈췄다.
"어때?"
"이상해요."
"'이상해요'라니. 이런 신랄한 비평가를 보았나."
"아닙니다. 시가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에요. 시를 낭송하시는 동안 제가 이상해졌다는 거예요."
"친애하는 마리오, 좀 더 명확히 말할 수 없나. 자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침나절을 다 보낼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요. 시를 낭송하셨을 때 단어들이 이리저리 움직였어요."
"바다처럼 말이지!"
"네, 그래요. 바다처럼 움직였어요."
"그게 운율이라는 것일세."
"그리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너무 많이 움직여서 멀미가 났거든요."
"멀미가 났다고."
"그럼요! 제가 마치 선생님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같았어요."
시인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 '내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
 
"바로 그래요."
"네가 뭘 만들었는지 아니, 마리오?"
"무엇을 만들었죠?"
"메타포."
"하지만 소용없어요. 순전히 우연히 튀어나왔을 뿐인걸요."
"우연이 아닌 이미지는 없어."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p 30-31
 
 
# 난 이 소설을 잘 모르지만 "네가 뭘 만들었는지 아니, 마리오?"라는 대사보다는
"자네가 뭘 말했는지 아는가, 마리오?"라던가 "자네가 지금 뭘 말했는지 아나? 마리오." 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네루다가 저렇게 다정하게 마리오, 라고 부르는 건 어색해보여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