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 Girl

2009. 1. 18. 01:11 from Movie & Another


새벽에 이 영화를 보고 뒷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아서 잠들때까지 한참을 뒤척여야했습니다. 베개를 치웠다가, 목을 주물렀다가, 목운동을 했다가, 어깨운동을 했다가, 다시 베개를 베고 머리 뒤쪽은 무겁고, 몸은 차갑고..강렬함만을 따진다면 별 다섯개도 모자란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 알고있던 건 딱 두개였습니다.
파격적인 올누드가 나온다는 것과, 결말이 충격적이라는 것.
 
팬픽에서 이 영화 제목을 보고, 봐야겠다, 싶었어요.
남자주인공이 냉정해지고 싶을 때 이 영화를 본다고 했었거든요.
머리끝부터 피가 차가워진다고.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충격적인 전라의 여배우가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피가 식는다니.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예, 뭐..그렇게 됐네요.
 
평소엔 줄거리나 감상평을 다 보고 영화를 보곤하는데 이건 그냥 저것만 봤어요.
포스터 문구도 그렇잖아요.
잔건 언닌데 느낀건 나고, 두 자매의 첫경험 프로젝트.
이렇게 쓰여있는데 결말이 그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냥 포르노비슷한 영화일거라고 생각했지.
 
그런 면에서 저 영화의 제목도, 포스터도 짜증날 정도로 영화를 깎아놨네요.
이런 분노는 돌려차기 이후로 처음인데..
 
영화의 원제도 'Fat Girl'이 아니라 'To my sister'라네요.
영화에 딱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차이 얼마 나지 않는, 겉모습이 굉장히 다른, 그런 자매가
서로에게 애증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영화의 내용과 가장 잘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Fat girl이 뭐냐고 Fat Girl이
게다가 카피문구가 저게 뭐야!!!
자기네 영화를 제대로 본거 맞냐고!! (라고 여기에서 흥분해봤자;)
 
 
이 영화를 보고나서 제 취향에 대해 정확히 깨달을 수 있었는데 '남쪽으로 튀어' 2권을 더 마음에 들어한 것과 이 영화를 두번은 보고싶지 않아, 라고 생각한 것이 결국 같은 느낌 때문이더군요.

전 현실을 깨닫게 되는 영화를 싫어합니다.
해피엔딩이 아닌 것두요.

이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같은 폭력을 당하고, 삶의 의욕을 꺾이는 일을 당한다해도 그것이 자연재해나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이라면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폭행을 가한다던가, 피해를 입힌다거나 하는 것, 그러니까 남쪽으로 튀어 1권에서 지로와 친구들이 상급생에게 괴롭힘 당하는 것과 영화의 마지막 장면, 어떤 미치광이가 차를 습격하는 것 같은 그런게 싫어요. 그러니까 내가 당할 수 있는, 주위에서 일어날법한 현실적인 사고들. 그런 걸 보는게 싫은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전 느와르도 싫어요.
공포영화도 귀신나오는게 더 좋습니다.
 
 
그렇지만, 달콤한 인생은 언젠가 한번쯤 더 보고싶기도...
 
 

Posted by 젤리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