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ing around East Europe

2007. 2. 22. 00:00 from Book

  게트라이데가세를 걷고 있자면 마주보고 있는 건물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철제 간판들이 날 다른 세상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듯 했다. 게트라이데가세의 중간쯤에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노란색 건물이 나오는데 그곳이 모차르트가 태어난 생가이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노란색 건물 앞에서 난 또다시 유럽 여행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유럽 여행에서 느끼는 판타지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역사'이며, 그 '역사의 보존' 때문이다. 그 어느 나라인들 화려한 역사가 없겠냐마는 이들은 놀랍게도 그 '화려한 역사'를 보존하여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다. 일종의 상술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난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잘 보존된 구시가의 벽돌길을 걸으며 이 길을 걸어간 중세시대의 기사와 하인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울렁거렸다.
 
  오늘 난 모차르트의 생가 앞에서 그 음악 천재가 태어나던 그날을 보다 명확하게 상상하며 또 한번 울렁거리는 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 우리는 시인 박목월과 작가 현진건의 생가가 철거되었다는 어이없는 소식을 들었다. 또한 명성황후가 살았던 '감고당'은 한 고등학교 신축 계획에 따라 사라질 뻔하다가 결국 여주로 옮겨서 복원된다고 하는데 이미 1960년 대에 한 여고 운동장 공사를 위해 안국동에서 쌍문동으로 옮겨진 '전적'이 있었다고 한다. 후대에 누군가 감고당을 찾고자 한다면 쌩뚱맞게도 명성황후가 죽고나서 100년이 지난 후에 홍수나 전쟁이 아닌 고등학교의 운동장 공사를 위하여 두 번이나 옮겨진 창피한 역사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아예 철거되어 역사 속에 사라져버린 것에 비하면 위안이 되긴 하지만, 학창시절 내내 교육 받았던 '우리의 화려한 역사'를 좀 제대로 볼 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난 레지덴츠 광장을 지나 호엔 잘츠부르크 성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KmCm
'김진표'
Driving around East Europe
"잘츠부르크의 야경" 중에서
 

감고당에 저런 이야기가 얽혀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아무리 관심이 없었기로소니 이렇게 모를 수도 있구나, 싶어서 새삼 반성해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