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ls

2009. 1. 19. 03:30 from Movie & Another


결혼을 약속한 남자와 여자가 있다.
두 사람은 약혼을 했으며 사이도 좋다.
남자는 회사의 상사 눈에 들어 그의 딸과 결혼을 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혼녀가 있으니 결혼할 수 없다는 남자에게 남자의 부모님은 결혼을 한게 아니니까 괜찮지않냐며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그 힘든 와중에도 왜 남자를 대학에 보냈는지를 이야기한다.
결국 남자는 회장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되고, 그 두사람의 결혼식날, 남자의 약혼녀는 자살을 기도한다.
목숨은 건졌으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백지상태가 된 여자를 데리고
남자는 길을 떠난다. 집도, 회사도, 친구도 모든 것을 버리고 끈 하나로 서로의 몸을 묶고 걷고 또 걷는다.

피와 죽음으로 얼룩진 야쿠자가 있다.
나이가 들었고,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20여년전에 한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연인이 있었다.
남자는 공장장의 눈밖에 나 잘릴 위기에 처해있었고,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 떠나기로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매주 토요일, 이곳에서 도시락을 싸와 기다리겠다고 이야기하고
남자는 그때의 그 장소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보는데, 여자는 그때처럼 붉은 원피스를 입은 채
그 벤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돌 가수가 있다.
그리고 그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공사장 인부가 있다.
꾸준히 뒤에서 지켜보는 그를 그녀와 그녀의 매니져도 알고있다.
가수는 교통사고가 난다. 그는 전광판의 뉴스를 보고 병원에 가보지만
얼굴을 다친 그녀는 아무도 만나고싶지 않아하고, 가수도 그만둔다.
그는 그녀를 찾아가지만 돌아서게되고, 얼굴을 보이고싶어하지 않는다는 말에 자신의 눈을 긋는다.

세 가지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대사도 거의 없고, 느릴 뿐 더러 이야기를 만들어가던 사람들은 죽어버린다.

20년 전의 그 사람이라는 걸 밝히지 못한 채 야쿠자 오야붕도 낯선이의 총에 맞아 죽고,
아이돌 가수를 만나고 돌아오던 장님이 된 그녀의 팬도 차에 치어 죽어버린다.
포스터에 실린 저 두사람은 눈밭을 굴러 절벽위의 나뭇가지에 걸려버린다.

그렇지만 슬픈 결말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은
오야붕은 그녀에게 자신의 머플러를 건네주었고,
그녀가 20년 전의 그의 몫으로 준비한 도시락을 나누어 먹었으며
스스로의 눈을 멀게 한 그는 그녀가 이름을 기억해준데다
직접 손을 이끌어 장미꽃밭을 구경시켜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죽은 후에도 그녀들은 기다렸기 때문에.
인형같던 그녀도 그가 결혼발표때 걸어준 목걸이가 무엇인지 떠올렸다.
이거면 충분한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쉬운 한편, 찡해지기도.

화면이 독특하면서도 예뻤다.
일본영화구나, 라는것도 그대로 드러나지만
어쨌든 독특했던 영화.


그렇지만 역시 저 결말은 너무 씁쓸하다.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래서 놀랐다. 이것이 기타노식 사랑이야기인가.

Posted by 젤리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