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으로 산다는 것

2009. 4. 22. 23:37 from Jellybean

향수를 소심하게 묻히는 것으로 그치는 내겐 큰것보단 미니어쳐가 차라리 낫다. 그러나 난...미니어쳐는 왠지 비싸게 느껴져서 늘 큰걸로 산다. 그러니까...기본 50ml.......물론 제일 자주 쓰는 것은 7ml 롤온이나 미니어쳐다. 응. 사실 스프레이도 양조절이 힘들어 싫어하기 때문에 병으로 된 미니어쳐를 선호한다. 그러면서 스프레이로 뿌려도 허용될 살랑하고 연약한 향은 취향이 아니라 싫어한다. 아...이 돈지랄...

드물게 주방에 설 때면 어디선가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좀 더 넣어도 돼. 고작 이 정도 가지고 간에 기별이나 가겠어? 맛도 안난다니까? 손요리의 기본이 뭔데. 듬뿍듬뿍이잖아. 안 그럼 나가서 사먹지 뭐하러 집에서 번거롭게 해먹겠어. 이땐 어째서인지 주머니 사정이라는 금전적 문제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새 난 그 악마에 몸을 맡긴채 양념장도 듬뿍..재료도 듬뿍...듬....뿍................아.....검증된 레시피란게 괜히 있는게 아니거늘..뭘 믿고 기고만장하여 요리를 창조하려하는가...ㅠㅠㅠㅠㅠ 먹을거 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고 주방벽에 써붙여야할까봐...

1+1과 타임세일이란 글자에 눈이 멀어 스물스물 다가가 동생과 함께 기뻐하며 장바구니를 채워온다. 이번달은 어떻게해서든 식비를 줄여야하기때문에 (지난달 식비가 거의...지..집세 반은 나온듯..) 세일하는 걸 위주로 사오는데 야채야 그렇다쳐도...문제는 진공포장된 - 그러니까 유통기한 있는 것들. 싸다고 집어와봤자 그렇게 할인해서 파는 건 대부분 유통기한이 얼마 안남은거기때문에 절약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걸 요 몇일 장보고 나서 깨달았다. 왜 우린..살때 유통기한을 보지 않고 집에 와서 보는걸까..이제 몸으로 깨달았으니 괜찮겠지..하고 생각했지만 동생은 오늘도 장보러 가서는 "누나..1+1행사라 안살 수가 없었어.."라며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네팩세트 딸기우유와 바나나우유를 집어왔다. 야이자식아!!!!!!!

로션을 바른다. 아니, 크림을 바른다. 사실 로션도 크림도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바르지만 왠지 로션과 크림이라고 썼을때 화장품이란 느낌이 나기때문에....; 요즘은 건조해서 얼굴이 거칠거칠한데 각질제거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였다. 집에 올라갔을때 샘플로 가져간 크림을 반만 나눠바를 수가 없어서 하나 다 발랐는데 그 다음날 거칠거칠하던 뺨이 보들보들해져있어서 감동했었다. 그리고 바르기 시작한 크림. 쥐콩만큼 바르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다. 생각해보니 회사만 같지 크림 종류도 달랐구나. 전에 그 샘플 남은걸 한번 더 발라볼까 싶다.

밀크티를 끓였다. 우유를 덜 넣으면 어른의 맛이 날거야. 왠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오늘의 나는 왠지 우아하고 싶으니 설탕도 덜 넣고 우유도 덜 넣고 진하게 마셔야지. 그러려면 역시 티백 도 하나 더 넣는게 낫지 않을까?싶어 티백 세개를 넣었다.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망했다. 완전 써서 마시는 내내 눈물이 날 것 같았어. 그나마 초콜렛이 있어서 컵에 든건 꿀꺽꿀꺽 다 마셨지만 남은 밀크티를 부어둔 빈 콜라페트병에서 채 빠지지 않은 콜라와 탄산냄새가 잔뜩 배어들어버렸길래 오늘 남은 밀크티를 마실때 한번 더 눈물 찔끔. 우어어 내가 밀크티 부어넣기 전엔 아무 향도 없었는데 왜!!! 밀크티를!!! 넣고나서!!!! 니 존재감을 깨달은거냐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왜...뭘 굽거나 부치기 전에 설거지를 하게 되는걸까...해먹고 나면 그릇이 다시 쌓일걸 알면서....먹을 그릇이 없어 씻게될때가 더 많지만 그릇이 남아있을때도 왠지 싱크대에 담겨있는 그릇을 씻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그리고 룰루랄라 밥을 먹고 다시 설거지거리를 만들죠...아오...이 비효율적인 인생.....

이 뻘글은 결코 효율적으로 시간을 써보겠다고 설거지를 하며 특가세일로 지른 돈까스를 굽다 가장자리가 타버려서 적은게 아닙니다..후...앙칼진 것....난 너하나에만 온 정신을 쏟을 정도로 한가한 여자가 아니야....아니라니까능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까먹지 말아야지, 해놓고 또 까먹을까봐 포스팅에 꼼지럭;;;
안에 있는 식재료 정리해서 냉장고 문 앞에 붙여두기, 미라가 된 고추를 잊지 말자...

Posted by 젤리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