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 참으로 화려하고 기품 있는 마법의 양탄자야, 아으, 한없이 복잡한 마법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양탄자야, 부디 킹스베리쪽으로 천천히 움직여다오. 그리고 가는 동안 네 고운 무늬에 깃든 빼어난 지혜를 발휘하여 아무도 우리를 보지 못하게 해 다오."

양탄자는 순순히 안개 속으로 솟아올라 남쪽으로 향했다. 병사가 까만밤을 두 팔로 꽉 껴안았다. 병 속에서 덜덜 떨리는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꼭 그렇게 간살을 떨어야 되는 거냐?"

압둘라는 이렇게 대꾸했다.

"이 양탄자는 너랑은 좀 달라. 굉장히 순수하고 탁월한 마법의 힘을 갖고 있어서 아주 고상한 말씨로 부탁해야 말을 듣거든. 요컨대 시인의 마음을 가진 양탄자라고 할 수 있지."

그러자 양탄자 전체에 사뭇 거만한 분위기가 퍼져나갔다. 양탄자는 못내 자랑스러운 듯이 너덜너덜한 가장자리를 곧게 펴더니 곧 안개를 헤치고 황금빛 햇살 속으로 기분 좋게 나아갔다. 병 속에서 파란 연기가 조그맣게 솟아오르다가 놀란 듯 외마디 소리와 함께 도로 사라져 버렸다. 정령이 말했다.

"그래도 나 같으면 그렇게 아부는 안 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2권, p 211
웃겨죽겠다 압둘라 ㅠㅠ

2007. 12. 11
포스팅거리를 찾으러 홈페이지를 뒤지다 발굴. 오오...




Posted by 젤리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