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함을 느꼈다. 그리고 리뷰를 쓴다는건 늘 어려운 일이지만 이 책처럼 이렇게 제목짓기 애매했던 책도 오랜만이였다.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미묘함. 그게 이 책, '안녕, D' 안에 있다.

처음 안녕, D라는 제목을 봤을땐 소설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늘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를 반복하는 책 중에 비슷한 제목이 있기 때문이다. D에게 보낸 편지라던가, D의 콤플렉스라던가.. 그러다 로봇을 보고 설마 디지털? 이라고 생각했는데 D는 디지털의 D였다.

 
디지털 얼마만큼 알고있니? 라는 카피문구답게 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기기 (컴퓨터, 노트북, 핸드폰, mp3와 게임기 등등)에 관한 이야기가 예쁜 사진과 함께 실려있는데..아 못하겠다. 솔직하게 쓴다. 사진이 굉장히 예쁘다. 요즘 트렌드처럼 쉽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디지털의 벽을 낮추고 싶은 의도로 책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한때 학습지에서 직접 선생님이 설명하는 듯한 말투로 이해도를 높인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내달렸던 총력test 해설식의 대화도 그렇고 쉽고 재미있게 쓰려는게 지나쳐 내심 짜증도 북돋게 했던 어설픈 말장난도 그렇고 의도는 알겠는데 과연 이게 쓸모있을 것인가, 란 생각이 든다고 해야하나?

쉽고 재밌는 말투가 도움이 될때도 있다. 딱딱한 정론보다는 카더라 통신에 혹하게되는 것이 사람 마음인지라 중간중간 에피소드식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재밌었다. 센스도 있었다. 특히 애플사에 관한 짤막한 설명이나 P27의 에니악에 대한 도입부는 노트에 따로 메모해둘 정도로 인상적이였고 멋졌다. 그런데 그게 너무 남발되니까 어디까지가 카더라통신이고 재미를 위해 삽입한 에피소드인지 구분 되지 않았다. 그쪽에 관심이 많아서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딱딱 구분짓고 웃을 수 있겠지만 저 책의 광고문구에 혹해서 책을 집어들 정도면 진짠지 가짠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개그맨들이 말하는 것 처럼 한두개는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뿌려댄거라면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런게 잘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만 만약 내가 서점에서 책을 한번이라도 펼쳐볼 수 있었다면 절대 이 책을 사지 않았을거란 확신은 있다. 내 취향엔 정말 아니였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예쁘장한 책이 유행인지 이번에 받은 또 다른 책도 딱 이런 포맷이라.....

나중에 판매량을 따로 검색해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예쁘게 만드는 책이 잘 팔리는걸까?

개인적으로는 관심분야가 그쪽이라 그런거기도 하겠지만; 본편보다는 뒤에 보너스형식으로 실린 IT, 별거 아닌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고 도움이 됐다. 웹 2.0에 관한 이야기는 오히려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에 나온 구구절절한 이야기보다 간단하게 설명되어있어서 좋았다. 구글과 관련된 이야기도 재밌었고.


이 책의 좋았던 점

1. 감각적인 사진과 편집
2. 재미있게 쓰여진 쉬운 설명
3. 중간중간 실린 도움되는 팁
4. 한 챕터가 끝날때마다 관련제품이나 회사의 짤막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필독! 재밌다.

이 책의 아쉬움

1. 예쁘긴한데 굳이 이 사진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란 생각이 드는 페이지도 있었다.
2. 한 챕터 내에서 여러번 반복되는 말장난이 종종 불편하기도 했다.
3.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에 관한 부분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재밌었던 부분들

Q 휴대폰 사고싶어요
A SCH-M480 같은 모델은 어떨까? 쿼티키보드를 탑재하고 블루투스 2.0 기술과 HSDPA, 그리고 200만 화소 CMOS...
Q 그게 뭔 암호인가요? 전 김태희폰 살건데요.
A 김태희폰이라니..김태희라는 표준기술 규격은 들어본 적이 없다. 새로운 무선통신방식인가.. (p14)
- 저 암호문은 이 페이지 뒤에 제대로 설명된다:)

사과를 보면 누구나 입 안에 도는 군침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사과를 보며 침만 흘려댄 것은 아니다. 똑같은 사과를 놓고 윌리엄텔은 자식의 목숨을 걸었고,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했으며, 파리스는 트로이 전쟁을 일으켰다. 디지털 시대에 진입하여 사과는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타게 된다. 바로 애플이라는 컴퓨터 회사를 통해서다. 애플은 1976년 설립된 이후로 퍼스널 컴퓨터 (PC), PDA, 노트북, MP3 플레이어, 휴대폰, PMP를 만들며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사과가 되었다. (p17)


Posted by 젤리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