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2006. 10. 18. 00:00 from Book

  

카르멘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날 위했죠? 무엇 때문에? 단지 고향이 가깝다는, 어머니가 보고싶었다는 내 거짓말에 마음이 동요해서?"

호세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당신이 날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해요? 그건 나란 여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 역시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살아가지 않는 이상 알 수 밖에 없었던 거 아닌가요? 지금처럼 속살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사람들 사이에서 헤픈 웃음을 짓는 이 카르멘을 자주 봤을거예요. 내가 정숙한 여자였더라면, 당신의 그 하얗고 가녀린 약혼녀처럼 옷 속에 자신을 꽁꽁 숨긴 채 오직 당신 한 사람에게만 마음을 여는 여자였더라면 아마 당신은 날 영원히 몰랐겠죠. 하지만 난 그런 여자가 아니었기에 당신도 날 알게 된 거예요. 우리 둘은 그렇게 만나게 된 거예요."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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