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날 이후로 그는 매일 아침 정성스레 구두를 닦았다. 그렇다고 밤이면 못말리는 동작으로, 반항적인 동작으로, 그러면서도 습관적으로 구두를 침대 밑으로 벗어 던지는 일을 그만 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독신의 광기와 혜택.
  하지만 그 날 아침, 구두를 찾기 위해 몸을 굽혔을 때, 이상하고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그의 손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잡혔다. 잡히는 느낌이 거칠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나무껍질처럼 쭈글쭈글하기까지 했다. 여행가방인가? 그가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침대 밑에 여행용 가방을 넣어둔 적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로 인해 그럴 가능성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는 혼자 살고 있었으므로 기억을 더듬고 말고 할 문제도 아니였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지극히 상식적인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침대 밑을 들여다보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그는 그것을 보았다.
 
 
7.
 
  "악어 크기가 얼마만해요?"
  "큰 여행 가방이요."
  "무슨 색이죠?"
  "희끄무레한 색."
  "움직여요?"
  "아뇨, 먹을 때만."
  "뭘 먹죠?"
  "구두."
 
  그 순간 짧은 침묵이 이어졌고 JJ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힘겹고 어려운 장애물 경기를 끝내고 결승지점에 도착하기라도 한 듯.
  "좋아요. 크로커다일 알약을 드세요. 아침에 한 알, 저녁에 한 알. 크로커다일 좌약은 하루에 한 번. 그리고 크로커다일 소다수는 식사 시간에 드세요. 2주 동안. 다음 환자 분!"
  JJ는 번갯불에 콩 튀겨 먹는 속도로 간호사가 그에게 준 처방전을 받아들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거리로 나왔다.
 
 
12.
 
  "악어가 뭘 먹는다고 했죠?"
  느닷없이 그녀가 물었다.
  "구두요."
  엘레나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당신은 운이 좋네요! 우리 집 악어는 훨씬 더 변덕스러워요. 손목시계를 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돈이 많이 들어요. 그 애 이름이 뭐예요?"
  "누구요?"
  "당신 악어요."
  "아, 몰라요! 이름 생각은 미처 못했네."
  "제 악어는 시메논이에요. 그 이유는 묻지 마세요. 그냥 이름이 그래요. 저는 이 정도 높이에서 악어랑 얘기를 나누죠. 그게 가장 편하거든요.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잘 사귀어 놔야죠."
  JJ는 오랜만에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손목시계라! 어처구니없기는커녕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졌다. 펄쩍펄쩍 뛰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엘레나와 함께, 에우랄리아와 함께, 약사와 함께 그리고 그의 악어와 함께.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