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토르 텍셀이라… 하긴 시간이 지나면서 그 복잡한 발음에 익숙해지자, 귀에 그리 거슬린다는 생각은 버리게 되더군요. 심지어는 이 괴상한 이름에서 음성학적인 아름다움도 꽤 느껴지는 거예요. 텍스토르 텍셀, 텍스토르 텍셀, 텍스토르…"
 
"계속 그렇게 목구멍이나 헹구고 있을 참이오?"
 
"어쨌든 언어학자인 귀스타브 기욤(역자주: Gustave guillaume 1883-1960, '심리체계론'이라는 독특한 언어이론을 창안해낸 언어학자. 표면 위주의 언어연구 방법을 탈피하여 언어활동을 심층 분석하는 방법론을 내세움)이 말했듯이,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은 정신을 즐겁게 한다> 이겁니다."
 
"도대체 당신같은 족속을 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화장실에라도 틀어박혀 있어야 하나요?"
 
"친애하는 선생님, 아마 그것도 별로 소용없을 겁니다. 여긴 공항이예요. 화장실이라고 방음장치까지 돼있는 건 아니죠. 나는 거기까지도 따라가서 끝끝내 문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할 겁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요?"
 
"그러고 싶으니까요. 하고 싶은 건 늘 하니까요."
 
"그래요, 그럼 나는 당신의 그 낯짝을 한 대 갈겨주고 싶소."
 
"당신에겐 안된 일이지만, 그건 합법적이지가 못해요. 난 말이죠, 인생의 낙이 바로 공인된 공해를 유발하는 거랍니다. 희생자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없는 만큼 그것은 재미나지요."
 
"사는 데 보다 그럴싸한 욕심은 없습니까?"
 
"없어요."
 
"난 있소."
 
"사실이 아닐 거요."
 
"당신이 뭘 안다고?"
 
"당신은 비즈니스맨입니다. 당신의 꿈은 돈의 액수로 결산이 되지요. 그건 하찮은 겁니다."
 
"적어도 난 남을 귀찮게 하지는 않소이다."
 
"틀림없이 누군가에 해를 끼치고 있을 거요."
 
"설사 그게 사실이라 쳐도, 그런 나를 비난하는 댁은 대체 어떤 사람이오?"
 
"난 텍셀이오. 텍스토르 텍셀."
 
 
아멜리 노통브 '적의 화장법' p 17
 
 
내일 이 책을 돌려줘야하는데 반도 읽지 않았다는 게 생각나서 다시 읽고 있습니다만
뭐랄까. 점입가경, 산넘어산, 진퇴양난 뭐 이런 단어가 자꾸 생각이 나네요. 무서운 남자, 텍스토르 텍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