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2009. 7. 31. 12:11 from Jellybean

우연히 읽은 황지우씨의 "뼈아픈 후회"라는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최근 인터넷 메인을 볼때마다 생각합니다.

슬프다.
내가 눈길주는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유진박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거짓말이지? 라고 생각했었어요. 유진박이라니, 내가 아는 그 유진박? 그 도련님? 바이올리니스트? 그런데 맞더라구요. 약까지 먹이고 비디오도 찍었다죠. 바람에 나뒹구는 먼지만도 못한 놈들.

한창 바넷사 메이가 뉴스를 일으켰을때 우리나라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유진박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겐 한 카테고리로 묶여있을 정도로 두 사람이 제 안에선 동급이였습니다. 우리말이 서툴긴했지만 말쑥한 정장에 깨끗한 외모. 가끔 우리나라 정서와 안맞을 때도 있었지만 유머러스하기도 했고, 쇼맨십도 있었구요. 적어도 방송에 나와 주눅드는 모습을 보인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멋지다고 생각했었어요. 연주하는 것도 공연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왜 그런건 보는 사람도 즐거워지잖아요.

언제부터인가 나오지 않았을때도 사실 별 신경은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열풍을 몰고왔던 바넷사 메이와 본즈의 뉴스도 찾기 힘들어졌는걸요. 우리나라에선 예술하는게 힘들단 말은 다른 예술가들의 인터뷰에서마다 들었기때문에 유진박도 그럴거라고 생각했어요. 외국에서 연주활동 하고 있겠지, 하고. 설마 그 사람이 저 지경까지 되어있을 줄 몰랐습니다.

뇌에 손상이 와서 예전처럼 연주할 수 없을 거란 댓글도 봤어요.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냥 연주만 하게 놔두지. 신고를 해도 소용없었단 글도, 그리고 수사에 들어가도 조폭이 관련되어있어 별 성과가 없을 거란 글도, 지금 소속사라며 댓글 싸지르고 다니는 사람도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은데 아무 힘이 없죠. 네. 이렇게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울고싶을 정도로요..

"브라이언 존스의 챔발로 소리 같은 느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운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아닌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고민이라기보다는 잡념이지만요. 즐거운 소식이 없네요. 무엇보다 제일 문제인건 제 사고방식이지만요. 남이 떠먹여주지 않으면 정보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는건가, 싶어 반성중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재투표는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난 왜 글을 읽어도 이해를 못하는거냐고...


Posted by 젤리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