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어른은 다르다.

2008. 11. 4. 02:45 from Jellybean

엄~청 우울했다. 그런데도 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의지박약이 문제인 것일까. 안군님의 블로그에서 본 글이 자꾸 생각나서 멍하게 그 부분을 곰씹는 시간이 늘고 있었다. 웹에 얽매이는 사람은 마음에 빈 곳이 있는 것일까, 라고 곰씹기도 전에 대답은 알고 있다. 일이 바쁘거나 해야할 공부가 많거나 아니면 주위에 즐거운 일이 많을 땐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적어지니까 당연한 거겠지. 그렇다면 내게 부족한 것은 역시 그건가, 하고 혼자 자문자답하며 우울海를 헤엄치는 한마리의 돌고래가 되어 허부적대던 찰나, 역시 화가 나서 SOS를 치려 했었다. 상담이라 읽고 신세한탄 + 한풀이라 읽는 내 최대의 속풀이 비법인데 이게 문제가 주위 사람들에겐 그만큼 민폐라는 것. 자제해야한다는 건 아는데 그 지경까지 몰려버리면 울부짖어버린다. 이번엔 의젓해지려 했건만 주위에 대놓고 짜증을 내는 빈도가 올라가고 있어서 으으. 악순환. 그런데 정말 타이밍 좋게 짠!! 하고 그분이 나타나주셔서 너무너무 기뻤다 ㅠㅡ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계신 분이기도 해서 울먹울먹으어어어어엉 나겅렇ㄴㅇㅅㄱ;ㅣㅇㄹㅇㄹㅇㄹㄴ;하고 울부짖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늘 하는 말이지만 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만큼 들어줄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스물다섯이나 먹어놓고 아직도 이러고 있을 거란 건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여튼 쭉 그런 꿈을 꿨고 또 꾸고 있다. 물론 난 내가 성인군자가 아니란 것도 알고 속이 좁은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저게 무리란 것도 안다. 그래서 나름의 절충안이랍시고 마련한 것이 적어도 먼저 말을 걸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아는 것. 이유없이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적어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정도. 고작 이 정도인데도 너무 힘들다. 우유부단한 성격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쓸데없이 어리광이 많은 것도. 언제까지 이러고 살텐가. 그래도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다행이다. 그렇기때문에 더 그 사람들에게 잘 하고 싶다. 그래서 난 내 눈에 거슬리는 건 잘 보지 않는다. 내 한계를 알기때문에 굳이 내 기분 상해가며 그런 글을 보고 싶지도 않고 그것 때문에 상한 기분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바둥대는 걸로 풀고싶지도 않으니까.

언제까지나 싫어하는 걸 피하면서 살 수는 없다. 역시 대나무숲을 만들어 우울한 일이 생기면 거기에 다 쏟아내야할까. 근데 대나무숲은 들어주긴하지만 피드백해주진 않잖아. 그건 니가 너무했어, 라던가 그 사람 너무했다, 라던가. 내게 필요한건 그건데.

취향이 뚜렷해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배타적이 되는 걸지도 모른다. 요즘들어 그런 생각도 한다. 아니, 어쩌다 얘기가 여기까지 흘러왔지.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분같은 어른이 되고싶다는 거였는데.. 으으-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이 생각이 날 수렁으로 몰고가는 걸지도 모른다.

그치만 역시 꿈은 클수록 좋다그랬는데...갑자기 그거 생각난다. 저번에 가져왔던 O형 설명서.

22. 그 대신 스트레스가 입에서 줄줄 흘러나옴. 싫어. 힘들어. 때려치고 싶어.
23. 하지만 때려치지 않음.
26. 포기가 빠르지만 마음속으로는 질질 끌고 있다.
27. 질질질질.


저 질질질질이 오늘처럼 마음에 와닿은 적은 없었다. 그래, 이 모든 걸 피탓으로 돌려버리자. (이러니 발전이 없지)
잠이나 자자. 그리고 일어나면 밀린 영어수업을 들...들...아아아아 싫어어어어어어 영어따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뱀발 +
갑자기 윌리를 찾아서가 너무 하고싶어져서 인터넷 서점을 기웃대는 중. 그런데 내가 사고싶어하는 파트는 적립금이 얼마 없는 서점에만 있다. 으으- 그냥 초급을 지를까 아님 과감하게 그 책을 지를까 고민중. 사실 초급을 사도 난 잘 못찾기 때문에 초급을 사나 중급을 사나 상관없긴하다. 으음 어쩌지

Posted by 젤리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