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읽고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내가 견문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건가해서 사전에서 뜻을 찾아봤을 정도로요.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읽으면 나도 그 도시에 마음이나마 보낼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견문록 [見聞錄]  
[명사] 보고 들은 지식을 기록하여 놓은 글.


견문록은 여행기와 다릅니다. 그렇기때문에 이 책은 제대로 된 견문록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각 나라에서 유명한 문화도시를 골라 사진과 함께 짤막하나마 역사적 배경과 문화도 설명해놓았거든요. 어떻게보면 책의 본문 중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던 또다른 답사기와 비교하면 더 나은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전 너무 아쉽더라구요. 249페이지의 책에는 총 16개국 16개 도시가 나와있습니다. 사진도 예쁘고 편집도 예뻐요. 작가분도 차분한 어조로 글을 쓰셨기 때문에 읽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더 아쉽고 열받고 화나는 이 마음에 공감하는 분은 안계시려나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짧은 시간동안 많은 곳을 돌아보는 것 보다는 한 곳만 돌아보게되더라도 그 곳에 대해 최대한 많이 알게되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저도 그 도시의 매력에 빠지고 싶었고 좀 더 많이 알고 싶었어요. 백과사전이나 신문 기사를 검색한것과 비슷합니다. 좀 더 쉽고 말랑하게 쓰여있어서 알기 쉬운 소개서라고 해야할까요.

책에 나와있는 것 처럼 하나의 도시가 담고 있는 시간은 큽니다. 이집트의 룩소르, 체코의 프라하, 포르투갈의 포르투, 에스파냐의 마요르카섬과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이탈리아의 프렌체! 책에 실려있는 나라 중 제가 기억하는 것만 뽑아도 이런 거물들이 줄줄이 나와있는데 한 나라당 할당된 페이지는 14에서 16페이지?  


천문 시계탑을 돌아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좁은 길에 때 묻은 건물과 빛바랜 창문 사이로 그윽한 커피 향내가 새어 나왔다. 그곳에는 우리의 정겨운 지난 모습들이 시간이 정지된 채 숨어 있었다. 낯선 장신구와 소박한 삶의 도구들, 인간의 삶에 여유와 낭만을 안겨주던 각종 액세서리와 장신구 등 수백 년 전 중세의 도시가 이곳에 남아 있었다.

나는 이 골목에서 그냥 아무 생각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골목에 머무는 동안, 마치 내가 수천 년 기나긴 삶의 한 작은 점이 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행복했다. 흔히 여행을 할 때는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것을 주워 담기 위해 애쓰곤 하지만, 가끔은 작은 풍경 하나에서 여행 전체를 보상하고도 남는 감동을 얻을 때가 있다. 프라하 뒷골목은 그런 곳이었다. (p 105)



내가 모르는 낯선 도시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 그 도시가 품은 역사를 들으며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 행복을 아끼지 말고 나눠주시지. 냉정하게 생각하면 견문록도, 제목도 틀린 건 없지만 한번 생긴 응어리는 쉽게 가실 줄 모르네요. 정말 기대했었는데.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카사바라 불리는 오스만 제국 시대의 마을이 나타난다. 알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구역이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나는 알제 주민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의 삶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기회까지 만끽했다. 수백년 된 목욕탕인 함맘은 아직도 따스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꼬마는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 한참 동안 우리를 안내하더니, 어느 집 앞에서 멈춰 섰다. 알제리 독립을 위해 애쓰던 독립 투사들이 1957년에 프랑스의 공격을 받고 순교한 곳이라고 했다. 그 앞에서 옷매무새를 고치고 잠시 묵념을 했다. 우리도 똑같은 독립의 험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가를 떠올리며...(p 149)


Posted by 젤리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