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도시 中

2006. 11. 11. 00:00 from Book

 
 " … 이 길은 말이야,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일본에 있던 특별한 길이란다. 지금은 양쪽에 집들이 지어져 있지만, 본래는 잡목림 속으로 나있던 신들의 길이었다. 너희도 길을 걷다가 양옆에 훌륭한 나무들이 서 있는 것을 보았겠지. 들어봐, 길 중에는…… 너희는 모르고 있겠지만, 절대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단다. 이나리 신사 뒤편의 산울타리로 들어왔다고? 어쩌다 그런 짓을.
 
   원래 인간 중에 이 길을 다닐 수 있는 자는 몇 되지 않았단다. 몇 년을 수행한 스님이나 특수한 집안에 속하는 인간뿐이었다. 전쟁으로 나라가 나뉘고 여기저기 국경 관문이 생겨도 그런 사람들은 아무 상관 없이 통과할 수 있는 편리한 뒷길이었지. 하지만 너희는 그럴 수 없다. 너희가 사용해도 되는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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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는… 혹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 가게 안을 지나 반대쪽 현관으로 나가면 아스팔트로 포장된 평범한 도로가 나올 거라고 말이야. 그 다음에는 전차나 버스 같은 것을 타고 돌아가면 된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거의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그 전에 전화를 빌리고 싶다.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들어가지 못하면 부모님이 걱정할 것이다.
 
  "여기에는 전화가 없다. 너희를 돕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럴 수가 없구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거든. 너무나 위험해. 전차를 잘못 탔다고 차창으로 뛰어내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자칫 목숨을 잃는 수도 있어."
 
  나는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왜 저렇게 심술을 부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쩌면 아저씨가 하는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실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길로 들어설 때 느꼈던 두통도 기억하고 있고, 숲 속으로 사라지는 자동차도 보았다. 이 길에는 뭔가 특수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 그것은분명하다. 아저씨는 예로부터 지켜지는 이곳의 규칙을 이야기할 뿐이며, 규칙을 무시하고 이 길로 들어선 것은 우리였다. 청년이 끼어들었다.
 
 
 
 
  "아저씨, 너무 겁주지 마세요. 전차를 잘못 탔으면 다음 역에서 내리면 되잖아요. 안 그래요?"
 
 

 

 

야시 '바람의 도시' p 3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