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에서 서울을 찾다

2007. 3. 16. 00:00 from Book

문학 텍스트에 담긴 세상은 마법에 걸려 있다.
마법은 익숙하고 식상한 세상을 꿈의 세계로 만들어주고,
우리를 낯선 세계로 인도하는 열쇠가 된다.
문학 텍스트 속에서 우리는 현실과는 다른 기묘하고 낯선 세상을 발견하며
그 속에서 낯선 경험을 한다.
허언虛言 속에 진언 眞言이 담겨 있다는 말처럼, 문학은 허구이긴 하지만
현실의 현상과 본질을 통찰하는 망원경이자 현미경이면서
동시에 현실의 모든 것들을 다양하고 화려한 꽃무늬로 만들어주는 만화경이 되기도 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일 뿐만 아니라, 지난 600여 년간
한국 사회의 변동을 꼼꼼하게 기록한 역사 텍스트이기도 하다.
역사 텍스트에는 공식적인 기록과 일상적인 이야기가 공존하지만,
서울의 역사는 공식적인 기록물로서만 존재해왔다.
우리가 문학 텍스트에 형상화된 서울을 읽는 이유는,
마법에 걸린 문학을 통해서 송식성에 가려진 서울의 일상,
삭제된 서울의 구체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내부를 세밀하게 살펴보는 데 문학은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공식적 역사 텍스트로서의 서울과 일상적·구체적 역사 텍스트로서의 서울이
문학 텍스트 속에서 만나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다.
 

 
교과서나 역사서에는 나와있지 않은, 그렇지만 그 시대 서민들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경성기담'이 생각났어요. 물론 경성기담은 신문기사에서 뽑아낸 실화지만요.

좋은 소설의 조건 중에 하나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어야할 것, 이라고 해요. 그래서 예전의 소설에 비해 요즘의 소설이 깊이가 없는거라고 국문과에 다니는 친구가 이야기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애의 의견이라기보다는 그애 교수님의 의견에 가까운 말이였지만요. 역시 학생은 자기도모르게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나봐요. 그런데 왜 또 이 얘기가 나온거지? 내가 하려던 얘기가 뭐였더라..;
 
어쨌든 (결국 기억 안나서 넘겨버리는 얍삽한;) 처음에 생각했던 이미지 - 1장에 열몇권의 책이 있어! 인용만 해도 페이지 다 차겠네, 난 한국문학 좋아하지 않는데 지루하지 않을까? 모르면 못보는거 아니야? 뭐 그런 것들 - 와는 달리 인용이 많긴 하지만 하나의 장으로 구별된 시대에 따른 소설(혹은 시)을 적절하게 인용하고, 혹은 줄거리를 담으면서 그 시대에 있었던 일과 자연스럽게 맞물려놓아서 책을 읽지 않았다해도 이해하고 생각하는덴 지장이 없더라구요. 확실히 그 책들을 알고 읽으면 더 좋겠지만요. 착잡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만도 없는 무언가가 있는 책 같았습니다. 얼른 다 읽어야하는데.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