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트에 대하여

2006. 11. 28. 00:00 from Book

 
  마르트는 이런 여자였다. 집 밖으로 잘 나가려하지 않는 여자, 고양이와는 어울려 놀아도 사람들과 만나기는 싫어하는 여자, 하루에 몇 번씩 목욕하는 여자, 남편의 친구들이 집을 방문했을 때도 아무렇지 않은 듯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목욕하러 들어가는 여자. 이런 여자와 같이 사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였을 것이다. 이런 여자를 찬미하고 추앙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보나르는 그런 그녀를 영원한 아름다움의 화신으로 기록했다. 보나르에게 아내 마르트는 아무런 원죄가 없는 낙원의 이브였다. 그녀는 목욕을 하거나 자신을 치장하는 일과 관련해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창문으로 밝고 화사한 볕이 들어오면 그 볕에 방금 목욕을 끝낸 몸을 내주어 햇빛이 그녀의 몸을 탐하도록 만들었다. 남편과 격렬한 사랑의 역사를 벌인 뒤에도 흐트러진 침대 위에 큰 대자로 누워 꺼지지 않는 에로티시즘을 발산했다. 그렇게 그녀는 여성의 아름다움과 성을 노골적으로 노출했고 빛과 공기와 사랑이 그녀의 관능을 더욱 진하게 훑도록 내버려두었다. 보나르는 '갑자기 어느 방 안에 들어섰을 때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찰나의 감성을 존중한 보나르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태도였다. 이런 보나르에게 마르트는 집 안 곳곳에서 관능과 침묵, 기대와 아쉬움 그리고 행복과 그리움을 상징하는 존재로 불쑥불쑥 다가오는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었다. 문을 열기 무섭게 나타나는 '옷을 벗는 그녀' 혹은 '식사를 하는 그녀', '목욕을 하는 그녀'를 보나르의 감각적인 붓길은 늘 아름다운 색상으로 타오르게 했다. 이렇게 보나르의 가을 정취는 관능과 엑스터시의 만족감으로 충만한 색채를 지닌 것이었다.
 
 

First Lady 2003년 10월호에 실린 '피에르 보나르' 챕터 중.


수첩과 메모지, 노트들을 뒤적이며 캐릭터를 잡으려 애쓰던 중에
올 초에 이모네에서 읽은 잡지 중 베껴온 걸 발견했다.
난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은 기억나지않지만 (잡지에 같이 실려있었는데도)
그의 아내 마르트가 어떤 사람인지는 기억하고 있다.

갑자기 문을 열어젖히고,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을 그릴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거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순간 떠올린게 쓰러진 나무둥걸에 걸터앉은 지친 양철나무꾼의 모습.

게임속 양철이 아니라 원작의 양철나무꾼.
어두운 숲 속, 고개를 숙인채 앉아있는 양철 나무꾼, 나무꾼의 녹슨 몸통과 팔
나무꾼의 옆에 놓인채 역시 손잡이를 쓰러진 나무에 걸치고 있는 도끼
석양이 질 무렵엔 앵글이 바뀌어있고, 나무꾼의 관절 틈 사이를 뚫고 올라온 나무의 새싹이-
뭐, 그런거.
기왕이면 파스텔이나 색연필화였음 좋겠는데.. 
머릿속에 퍼뜩하고 든 생각을 재빨리 그림으로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바로 써내려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냥,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새벽-
아, 배고프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